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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나 특례시를 제외한 지방의 도시들 대부분은 낮은 높이의 건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공주시의 핵심상권이라고 하는 중동골목입니다. 공주 사람들에겐 중동 147로 불리는 중동 먹자골목은 공주 원도심을 대표하는 상권이자 가장 번화했던 곳입니다. 

사람은 언어에 지배를 받는 존재라고 합니다.  말속에 숨겨진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언어로 대화를 하지만 오히려 그 언어를 자세히 모를수록 불쾌함이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도 개선될 여지가 정말 많은 거리의 간판도 그럴게 보입니다. 한국의 주요 상권을 가보면 10층이 넘는 높이까지 간판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명동이나 을지로 같은 곳을 가보면 지저분할 정도로 가득 채운 한글간판을 보면서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한글을 알더라도 그 의미를 깊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의 시그니쳐나 건물 파사드의 일부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곳 중동골목을 쇠퇴일로에 걷게 한 것은 세종시의 건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물론 금강건너편의 강북권도 영향을 미쳤지만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건설한 세종시의 인구를 가장 많이 채운 것은 대전시와 공주 등의 주변지역입니다. 


다시 거리이야기로 돌아와서 전국에 뜨고 있다는 골목들의 거리디자인을 보면 간판의 면적도 줄어들었지만 간판이 주는 메시지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리디자인을 통해 그 지역이 주는 느낌과 매력을 더 높이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주의 중동골목 역시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골목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는 밤톨이를 찾아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이기면 맛있게 구운 친환경 공주 알밤을 먹을 수 있도록 중동 먹자골목에서 만나는 '즐기는 여행'과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인들이 직접 주관하는 밤밤산책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역마다 자리한 옛 상권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후미진 곳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도시의 중심상권의 밀집도가 높아질수록 작은 공간이라도 활용하게 되는데 그곳이 쇠퇴하게 되면 후미진 곳이 되는 것입니다. 


공주의 중동골목 중 후미진 골목에는 거리의 예술을 만나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두었습니다. 산책로 곳곳에 사진이나 소박한 미술 작품 등 볼거리가 있습니다. 체험엔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감상은 ‘무제한’인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곳은 저물녘과 경관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느긋하게 걸어보아도 좋은 곳입니다. 



공주산성상권활성화사업단에 조성한 골목길 갤러리 후미진은 웅진로와 먹자 3길을 잇는 지름길로 2022년 11월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학생들과 함께 꾸민 중동 먹자골목 골목길 갤러리입니다.

 

 

공주 중동골목을 거닐어보고 후미진 골목에 들어가서 갤러리도 살펴보면서 걸어보았습니다. 공공의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거리디자인은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메시지는 최소화하면서 감성을 부여하는 데에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이제 사람들은 거리와 골목에서 너무 많은 메시지와 색깔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미 그걸 보는 순간 지쳐버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글과 문구에서 의도하지 않아도 정보를 전달받게 됩니다. 물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게를 보여주기 위한 간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이제는 가게를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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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린세상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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